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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이슈 진단] 지금 원자력계에서 벌어지는 일들
  • 카테고리보도
  • 작성자관리자
  • 날짜2016-12-16 16:31:36
  • 조회수407

원전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연속해 터지면서 원전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원자력계에 몸담고 있는 일원으로서 참담하고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하지만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 불량 부품 사용 등의 비리에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감정적으로만 대응해서는 해결책을 찾기보다 되레 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가 있다.


'원자력 마피아'라는 용어를 유행처럼 사용하는 현실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원래 이 표현은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등장했다. 핵무기 체계 구축에 관여했던 방위산업계가 자신들의 집단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국의 위협을 의도적으로 과대평가했던 것을 비판하며 만들어진 용어다. 이것이 원자력 산업에 적용되면서 부도덕한 집단 이기주의 외에 구성원 간 유착을 통해 이익을 도모하는 것에까지 그 개념이 확장됐다. 원자력계가 이런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 별로 변명할 것이 없다. 정말 이런 정도까지 썩었나 싶을 정도의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부품 납품업체와 성능시험업체, 감독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성능시험 결과 조작까지 의논했다니 비리의 끝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짐작하기도 힘들다.


문제는 이런 사태로 인해 원자력계 전체의 사기가 회복이 힘들지도 모를 정도로 떨어지고 말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원자력계 종사자는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선량한 사람들이지만 비리가 연속으로 터져 나오면서 전체 원자력계가 손가락질을 받게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원자력계의 반성과 분발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아프더라도 감당해야 하지만 지나친 집단의욕 상실로 인해 원전의 안전한 가동이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4월 말 한국을 방문했던 빌 게이츠는 자기 블로그(thegatesnotes.com)에서 한국이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발돋움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내며 원자력의 확대로 세계에서 가장 싼 전력 공급이 가능했다는 것을 언급했다. 우리가 교역량 세계 9위의 핵심 경제국가로 성장한 것엔 선진적 원전 기술을 통해 산업체에 저렴한 전력 공급이 가능했던 점도 작용했다. 이에 대한 원자력계의 자부심은 총체적으로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원전에서 고장이 날 수 있거나 성능이 약화된 장치의 정비를 담당하는 부서 근무를 기피하는 분위기마저 생길 우려가 있다. 실제 듣기로 원전운영사가 부패를 예방한다고 사업소 인력을 순환 근무시키는 바람에 원전별로 경험 있는 전문 기술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정비와 운전을 제대로 하고, 선제 조치를 통해 고장과 사고를 예방하며, 고장 발생 시에 신속히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확보와 그들의 사명감 고취가 원전 안전 확보의 핵심 요소다.


장기적으로는 원자력계가 고급 인력들을 확보하는 데 지장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걱정도 든다. 중국이 수십 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해가는 가운데 한국과 서구 선진국들에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가게 되면 머지않아 우리가 애써 확보한 원전 산업의 국제 경쟁력 지도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원자력계의 비리는 발본해야 한다. 그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은 원자력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이다. 모든 원자력계 종사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시각이 초래할지도 모르는 부작용에도 눈길을 줘야 한다.

/조선일보, 오피니언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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