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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脫원전, 에너지大計 왜곡한다
  • 카테고리보도
  • 작성자조태웅
  • 날짜2017-06-21 14:55:31
  • 조회수182

1978년 4월 29일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19일 0시, 가동이 영구 정지됐다. 40년 만에 퇴출된 고리 1호기는 국내에서 상업용 원전(原電) 퇴출 1호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고리 1호기 가동 영구 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했다. 또,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에 대한 대승적 성찰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진단하기도 전에 처방을 내리고 수술하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수술은 억지로 성공할지 몰라도 환자는 궁극에 사망할 수도 있다.

일본은 1945년 원폭을 2발 맞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고, 142년 역사의 도시바가 미국 원전건설 자회사의 경영 악화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 같은 악연에도 일본은 안전 심사 기준을 높여가며 오히려 원전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후쿠시마 이후 한때 탈(脫)원전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부작용이 너무 컸다. 원전이 하나둘 다시 돌기 시작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온난화 방정식을 푸는 데 원자력 해법이 빠질 수 없음을 다시 깨달은 것이다.

일본의 원전 재가동은 거스르기 힘들다. 합격 판정을 받은 원전이 모두 12기, 이 중 4기는 이미 돌아가고 있다. 지금까진 지진 위험이 낮은 간사이(關西)에 몰려 있지만, 동부와 북부 원전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는 에너지의 22%를 원자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는 에너지 공급에 힘이 부쳤다. LNG 수입을 늘렸지만, 가격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일본이 2011년, 31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로 돌아서 5년째 헤어나지 못하게 한 공적(公賊)이기도 했다. 원전을 닫으면서 일본의 에너지 자급률은 19%에서 6%까지 떨어졌다. 전과 비교해 전기요금은 가정용 20%, 산업용 30% 올랐다. 국민 1인당 부담은 연 10만 원가량 늘었다. 원전이 멈추면 관련 산업도 문을 닫아야 한다. 유지·보수 기술과 인력이 사장(死藏)되고 지역경제가 고사(枯死)할 수 있다.

우리도 원전을 포기하기엔 사회·경제적 출혈이 너무 크다. 탈원전 선언국 중 독일, 스위스, 벨기에, 스웨덴은 오랜 시간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대만은 선거공약으로 내놓은 뒤 집권 후 실행에 옮겼다. 대만은 일본 못지않게 지진이 많은 나라다. 게다가 원전 건설에 관한 한 지진만큼이나 끊임없이 잡음이 많았다. 원자로도 후쿠시마처럼 들끓는 비등형이었다.

탈원전 결정은 국민의 의견을 먼저 들어봐야 한다. 원자력은 태생부터 반대를 달고 있었지만 인류는 쉽사리 포기하지 못했다. 흔히, 미래 에너지로는 풍력, 태양, 셰일가스, 청정 석탄, 생물, 지능형 전력망, 대용량 전지 등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어느 것이 국가 에너지 대계(大計)로 채택될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어느 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놀랍게도 인공태양 핵융합이 떠오를 수도 있다.

원자력은 국민 신뢰에선 떨어질지 모르지만, 미세먼지·기후변화·경제안보 측면에선 뛰어나다. 미래 기술의 전말(顚末)이 불투명하다면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석탄이나 원전 의존도가 높아도 안 되겠지만,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석탄 없애고 원전 버렸다가 미래 기술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그러던 중 석탄에, 원전에 획기적인 기술이 등장한다면 우리는 그때 가서 어찌할 것인가?

출처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061901073111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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