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제5회 플라즈마 과학 및 공학도 교류회

2023-03-09l 조회수 721

 

 

  • “인공지능(AI)을 쓰면 디스플레이 공정이 실제로 좋아집니다. 하지만 거기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 ‘플라스마 전문가들이에요. 전문가 없이 AI를 쓰면 전혀 엉뚱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24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 세미나실. 학생 80여 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이들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모바일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근무 중인 박설혜 수석연구원의 특별 강연을 들으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날 교육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 대부분은 서울대, 명지대, 성균관대, 부산대, 충남대, 전북대, KAIST 등의 전국 주요 대학에서 플라스마 과정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관련 연구 분야 새싹들이다. 플라스마 연구가 실제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듣고 한 학생은 “학교에서 이론만 배우면서 다소 매너리즘에 빠졌는데, 생생한 현장의 적용 사례를 듣고 앞으로 한층 더 공부를 열심히 할 의욕이 생겼다”고 했다.

    이 행사는 서울대 원자력미래에너지기술정책연구소가 개최한 ‘플라즈마 과학 및 공학도 교류회(PSES-net)’ 행사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 플라즈마기술연구소와 기업의 후원을 받아 비영리 순수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올해로 5회째를 맡는 이 교류회엔 국내 유력 대학에서 오로지 플라스마를 전공하는 석·박사 과정 학생들 위주로 수강신청을 받고, 3박 4일간 합숙을 하며 오로지 최신 플라스마 기술 동향을 습득하는 데 매진했다. 일정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사실상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온종일 ‘플라스마’만 공부하는 강행군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행사엔 80여 명의 정원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 교류회를 마친 후, 수료증을 수여받는 플라스마 과정 석·박사 과정 연구원들/ 박설민 기자
    ▲ 교류회를 마친 후, 수료증을 수여받는 플라스마 과정 석·박사 과정 연구원들/ 박설민 기자

    앞서 개최된 네 번의 행사와 달리, 이번 교류회 강연의 핵심 키워드는 ‘AI’이었다. 국내 플라스마 분야 전문 연구자들은 플라스마 정보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의 이상상태 진단 및 예측 분야 실무 AI기술에 적용하는 방향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에는 박 연구원과 더불어 윤정식 플라즈마 공정장비 지능화 융합연구단장, 주정훈 군산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문세연 전북대 양자시스템공학과 교수, 유신재 충남대 물리학과 교수, 임연호 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 등 10여개 대학 교수 및 산·학·연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의 특징 중 하나는 참여한 전문가 모두 흔한 ‘AI 예찬’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들은 AI가 플라스마 반도체 공정 성능을 극대화해줄 순 있지만, 결국 핵심은 그 AI를 가르칠 수 있는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때문에 모든 과정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원자력미래에너지기술정책연구소와 핵융합연이 이같은 행사에 매년 더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다. 

    특히 10년째 이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김곤호 서울대 원자력미래에너지기술정책연구소장은 AI의 학습에 필요한 플라스마 정보 데이터를 정확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AI기술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올바르게 적용되기 위해선 정확한 플라즈마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이 같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플라즈마 과학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협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자각한 플라즈마 전문가 및 교수들이 모여 전국 대학의 플라즈마 정보 데이터 생산 첨병 양성의 목적으로 PSES-net 행사를 10년 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마지막 강의를 진행한 박설혜 수석연구원은 실제 사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증명했다. 박 연구원은 AI기반 디스플레이 공정 진단 기술을 개발 중인데, ‘플라스마 정보 기반 가상계측(PI-VM)’은 평균 90% 이상의 정확도로 공정 불량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데이터 학습 없이 그대로 공정에 적용하면 정확도가 크게 저하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AI의 작동오류는 인간 과학자 및 엔지니어들의 연구와 경험에서 나온 데이터를 학습시켜 해결해야 한다. 박 연구원은 “AI만으로 공정 진단을 진행한 결과, 정확도는 38.8%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엔지니어들이 분석한 연구데이터를 AI에 적용한 결과, 공정 정확도가 최대 96.6%까지 향상됨을 확인했다”고 했다. 

    김곤호 소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AI, 통계, 플라스마 물리를 따로 놓고 연구하는 것이 아닌, 모든 분야를 통합해 연구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의 확보가 중요하다”며  “원자력미래에너지기술정책연구소 역시 AI융합형 인재 확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조선일보 그들이 3박 4일간 하루 12시간씩 공부한 이유-디지틀조선일보(디조닷컴 dizz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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