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태양광보다 60% 저렴한데…'원전 수소' 쏙 빠진 수소경제 로드맵

2022-11-23l 조회수 703

 

[서울경제]

9일 정부가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고 청정수소 공급과 수소산업 육성에 관한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이 과제에는 수소의 대규모 공급, 다각적 이용,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광범위한 계획이 포함됐다. 그런데 막상 제일 중요한 수소 생산에 관한 계획은 허술하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만들어야 하는 청정수소는 물의 전기분해, 즉 수전해를 통해 생산할 수 있다. 이에 필요한 전기는 재생에너지로부터 싸게 조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정부도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그린수소, 즉 재생에너지 기반의 수소 생산을 확대하고 해외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대규모로 도입한다는 막연한 계획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중동 지역에서 천연가스 증기 개질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에 수반돼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해 지하 처분하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 방식의 블루수소 도입 계획을 추가했다. 원자력 전기를 이용한 수소 생산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언급만 돼 있다.
 

고비용의 ‘태양광 기반’ 수소 생산

우리나라는 풍속이 충분히 높지 않아 재생에너지 확대는 태양광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간헐성과 변동성이 분명한 태양광 전력을 수전해에 이용하려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이는 낮동안 생산된 태양광 전력의 반 정도를 일단 저장한 뒤 야간이나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에 방전시켜 사용해야만 고가인 수전해 장치의 이용률을 충분히 높이면서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시행되는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 시범 사업의 수전해 설비는 하루 2000㎾h 재생에너지 전력을 받아 37㎏의 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는데 여기에 ㎿h급의 ESS가 설치돼 있다. 1㎿h ESS 가격을 약 4억 원으로 낮춰 어림잡고 수명을 10년으로 계산하면 1㎏ 수소 생산에 약 3000원이 ESS 운용 비용으로 소요된다. 여기에 수전해 설비 투자 비용, 태양광 전력 비용이 더해지면 수소 ㎏당 생산 단가는 1만 원 선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2030년 수소 공급 단가가 4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태양광 기반 수전해 수소는 지나치게 비싸다.



수송 비용 눈덩이…해외생산 수소의 한계

이런 전망 때문에 정부는 호주 등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로 싸게 생산한 수소를 대규모로 도입할 계획(2019년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태양광 전력 비용이 우리나라의 반도 안 될 만큼 싼 호주 같은 나라에서도 수전해 설비가 ESS와 병행 운용돼야 함을 고려하면 수소 생산 단가가 낙관적 전망대로 ㎏당 2달러 이하로 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수소를 수송하려면 수소 기체를 액화가 용이한 암모니아로 변환·액화시켜 선박으로 운송한 후 수소를 추출해 사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변환 비용, 운송 비용, 추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해외 수소도 정부의 2040년 수소 공급 단가 목표인 ㎏당 3000원은커녕 4000원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고효율 SOEC 기술 투자할때

반면 원자력 전기를 사용하면 현재 수준의 수전해 기술로도 수소 생산 단가를 4000원 이하로 할 수 있다. 수전해 장치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알칼리 전해질 방식과 양성자 교환막 방식은 이미 상용화돼 있으며 70~80도 정도 되는 물을 사용해 전기분해를 한다. 이러한 방식을 저온수전해라고 한다. 이에 비해 고체산화물(SOEC) 방식은 750도 정도의 고온 증기를 사용해 전기분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아직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돼 있는 물분자(H2O)에서 그 결합을 끊고 수소 분자와 산소 분자를 분리해 내는 과정이다. 결합을 끊어 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공급해줘야 한다. 전기분해는 이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주는 것이다. 그런데 물을 가열해 증기로 만들고 증기 온도를 더욱 높이면 결합 분리에 필요한 에너지 중 일부를 열로 공급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전기에너지를 줄여 줄 수가 있다. 따라서 이 고온 증기 전해 방식은 저온수전해 방식에 비해 전기를 약 25~30% 정도 덜 사용해 전기분해를 함으로써 전기분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통의 저온수전해 방식은 수소 1㎏당 52~54㎾h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비해 고온 증기 전해 방식은 38㎾h 정도만 소요됨이 미국의 블룸에너지사가 개발한 SOEC 장치로 입증됐다. 다만 SOEC 방식의 내구성은 충분히 입증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고온 증기 전해 방식은 전기 외에 고온의 열에너지를 추가로 공급해줘야 하는데 고온 증기를 생성해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원전이 이에 적합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원전의 증기 발생기에서 일부 증기를 우회시켜 수전해 장치로 들어갈 물을 가열해 증기로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으로 고온 증기 전해를 하는 방안에 대해 이미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INL의 연구에 따르면 우회시켜야 할 증기 발생기 증기의 양은 전체의 3.2%에 불과하다. 이렇게 증기를 적게 공급해도 되는 것은 SOEC에서는 수소와 산소가 고온의 기체로 생성되기에 이들 기체의 열을 이용해 원료 증기를 가열할 수 있으므로 외부 열공급을 그만큼 줄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은 양의 증기를 우회시키는 원전의 운영 방식 변경은 안전 계통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원전의 경우 전기를 상시 공급할 수 있으므로 ESS가 전혀 필요하지 않고 전력 단가가 매우 저렴하므로 기존의 저온수전해 방식을 쓰더라도 ㎏당 3800원 선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향후 저온수전해 설비의 성능이 향상돼 가격이 하락하면 3400원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수소 생산 단가를 3000원 이하로 하기 위해서는 효율이 더 높은 고온 증기 전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美는 이미 원전 포함 청정수소 기술개발

미국은 지난해 11월에 발효된 인프라법과 올해 8월에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매우 적극적으로 원자력 수소를 포함한 청정수소 생산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인프라법에는 80억 달러 규모로 4군데에 지역 수소 허브를 조성하되 한 곳 이상은 원자력 수소 허브로 하라고 지정돼 있다. 이 법에서는 청정수소를 1㎏ 수소 생산당 2㎏ 이하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수소로 정의하고 2026년까지 수소 생산 단가 목표를 ㎏당 2달러로 설정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에는 수소 생산 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을수록 많은 보조금을 주는 청정수소 생산 인센티브제도도 도입했다. 여기서 이산화탄소 발생은 전기분해에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에서 전 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 간 협의체(IPCC)가 정한 공식적인 전 주기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원자력이 12g/㎾h, 태양광은 48g/㎾h이다. 만약 1㎏ 수소 생산에 50㎾h의 전력이 사용된다면 원자력은 0.6㎏의 전 주기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태양광은 2.4㎏이다. 이 경우 보조금 차이는 ㎏당 25센트다. 그러나 원자력 SOEC 방식으로 소요 전력을 줄여 37㎾h/㎏ 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면 전 주기 이산화탄소 발생이 0.45㎏ 이하가 돼 ㎏당 3달러의 보조금을 받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에서 원자력 SOEC 방식에 대한 연구개발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수원은 저온수전해 방식을 이용한 원자력 수소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 수소 생산과 관련한 제도와 인프라 구축 과정에는 이미 성숙된 기술인 저온수전해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전기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고온 증기 전해 SOEC 방식이 원전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고 수소 생산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으므로 원전 기반의 고온수전해 기술 개발에도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원자력 수소는 에너지 안보 증진 관점에서도 당위가 있기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주한규 교수는…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자 미국원자력학회 석학회원으로 국내 원자력 학계 권위자다. 특히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장으로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 의연히 맞서는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다. 주 교수는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 결심을 한 후 제일 처음 찾아가 만난 외부 인사로도 유명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의 원자력·에너지 분야 공약을 입안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12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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