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新원전 SMR]⑤ 주한규 서울대 교수 "SMR 위험성, 대형 원전의 1%"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국내 원자력 학계 권위자인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가장 치열하게 맞붙었던 인물로 꼽힌다. 원전이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오면서 본의 아니게 '폴리페서'(polifessor·정치교수)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대 공대 연구실에서 <뉴스1>과 만난 주 교수는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정책에 대해 묻자 묵은 체증이 풀린 듯 "우리(원자력 학계 등)한테는 세상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원자력이 궤멸되는 꼴을 볼 수밖에 없었는데 회생 가능성을 봤으니 세상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며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원전의 씨가 말랐을 것"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주 교수는 '탈원전'은 막아냈지만 국민이 원자력을 그저 위험한 에너지원으로 여전히 오해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런 탓에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도 '원전'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SMR의 위험성에 대해 "대형 원전 100분의 1"이라며 "전 세계 원전이 약 1만9000여년의 누적 가동년을 기록하는 동안에 발생한 원전 사고의 치명률은 1조kWh당 0.5명 수준인데 SMR은 그것의 100분의 1"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단순화하고 사고에 대비해 설비들을 대폭 축소하면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SMR 설치 비용이 첫 1기의 경우 대형원전보다 비쌀 수 있지만 여러 개를 만들다보면 결국 단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1997년부터 3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2년에 개발한 다목적 소형원전 '스마트'(SMART)도 SMR 시장 주도권을 잡는 데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마트'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공동개발 협약을 추진했지만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빛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 교수는 "뉴스케일파워가 개발하는 SMR도 혁신기술이 담기게 되면 불확실성도 뒤따른다. 즉 설계된대로 작동이 되는지는 개발을 마쳐봐야 아는 것"이라며 "(SMR 상용화 전) 더 싼 소형원전이 나오기 전이라도 수요처가 있다면 '스마트'를 회생시키는 것도 시장을 선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물론 '스마트'가 대형원전보다 발전단가는 비싸지만 사우디 등에서 쓰는 에너지원보다 (발전단가가) 싸다면 그들에겐 효용성이 있는 것"이라며 "몇기만 수출을 해도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담겼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SMART의 해외수출 노력 강화'가 명시됐다.
'탈원전 백지화'를 외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주 교수는 3년 넘게 자신의 차량 뒷 유리에 붙이고 다녔던 '탈원전 반대' 스티커를 최근에 뗐다. 다만 앞 범퍼에 '미세먼지 NO, 온실가스 NO, 정답은 원자력'이라고 적힌 스티커는 그대로 뒀다.
'탈원전 반대' 스티커를 모두 떼지 않고 절반을 남겨둔 건 탈원전 백지화를 너무 낙관해선 안 되고, 원자력에 대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주 교수의 지론을 대변하는 듯 했다.
주 교수는 지난 4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석탄화력 발전소를 SMR로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발언으로 충남지역에선 '원자력발전소 건립 절대 불가'라는 목소리가 커졌고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주 교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충남 당진을 예로 든 게 문제였던 것"이라며 "이미 미국에서도 폐쇄된 석탄화력 발전소 부지에 SMR을 짓기로 하는 등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형 원전보다 전력 수요지에 더 가깝게 설치해야 하는 SMR이지만, 상용화 되기 전부터 이른바 '님비현상'(NIMBY, Not in my back yard)에 부딪힌 것은 여전히 '원전=위험하다'라는 인식이 뿌리내린 탓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더라도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며 "밤에는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태양광 등은 저장 비용이 생산 비용보다 큰데, 신규 원전부지를 확보하거나 안전성이 높은 SMR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6139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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