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재생E 단점보완・탄소중립 위해 경제성 전원 원전역할 중요"
[파워인터뷰]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6월 대권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이 있다. 바로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5년만큼 원자력발전이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강행했던 탈원전 정책이 원자력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특히 윤 후보는 월성원전 1호기 수사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 직접적 계기”라고 밝힐 정도로 원전 및 에너지 정책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주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출마선언문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해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이라고 정의했는데, 이 표현이 매우 적확하다고 생각했다”라면서
“탈원전 부작용은 물론, 원전과 에너지 정책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통하는 게 많았다”고 전했다.
이후 주 교수는 윤 후보 대선캠프 중앙선대위 정책총괄본부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을 맡게 됐다. 대선을 1달여 앞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의 공과(功過)를 평가하고, 미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윤석열 후보의 원전 및 에너지 정책을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한 탄소중립 추진 ▲한미 원자력 동맹 강화 및 원전 수출 통한 일자리 10만개 창출 ▲소형모듈원전(SMR) 비롯한 차세대 기술 원전 및 원자력 수소기술 개발 ▲국민과 함께하는 원자력 정책 추진 ▲정치적으로 결정된 정부의 4월 전기요금 인상을 전면 백지화 ▲과학과 상식에 근거한 전력 공급 계획 수립 등으로 분류된다.
먼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가동원전의 계속운전 등 기저전원으로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또 세계 원전시장 확대에 맞춰 원전 수출 지원 범정부 조직을 구성하고 외교와 산업, 기술, 금융 등의 분야를 종합해 원전 수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전, 마이크로모듈원전(MMR) 등 차세대 기술원전 개발 추진도 생각하고 있다. 탄소배출 없는 원자력을 청정수소 생산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원자력 수소 기술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원전 안전성에 대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목표를 설정하고 실효적인 안전규제를 확보하고 과학기술과 정보를 바탕으로 국민 의견 충분히 수렴해 에너지 및 원자력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여기에 인구, 산업, 에너지원, 국토환경 등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소중립 계획도 수립하겠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심각한 경영위기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전기요금 인상은 큰 부담인 점을 고려해 오는 4월 전기요금 인상계획을 백지화 할 예정이다. 또 코로나19 위기 동안에는 전기요금 인상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에너지 정책 분야에서는 실패했다고 본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탈원전과 재생에너지의 확대인데, 재생에너지의 경우 태양광만 급증하는 한편 풍력은 거의 증설하지 못했다. 그런데 태양광 설비의 경우 그 부작용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 안전과 환경을 표방했던 탈원전 정책은 그동안 수많은 부작용과 폐해를 초래했다. 2017년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정부는 당시 공사가 진행중이던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을 올스톱시켰다. 제대로 가동되던 기존 원전의 이용률도 급락했다. 결국 산업 생태계가 급격히 몰락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이었던 한국 원전 산업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화력발전소 가동을 줄이면서 원전 대신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가동을 늘렸는데,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해 전기요금 인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부터 3년간 원전이 줄고 LNG가 늘어 수입액이 늘어난 게 약 3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맞는 말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에 동의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의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태양광 발전은 연료비는 안 들지만 발전 설비 제작‧설치 비용, 유지‧관리 비용, 수명종료 후 해체 비용 등이 든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발전량 변동성이 크다. 낮에만 전기를 생산하고 그나마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좌우돼 소비자가 필요로 할 때 전기 공급을 못 할 수 있다. 이 때를 대비해 전기를 대신 공급할 수 있는 예비 발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전체 전력계통에서 태양광 발전 비중이 커지면 일조량이 많은 시간에 수요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해 전력계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이 때를 대비해 배터리 등 ESS 같은 전력계통 안정화 수단을 갖춰야 한다.
풍력 발전 역시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다. 또 자연이 계속 에너지를 제공하는 재생에너지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 발전 단가가 높고 발전량 변동성이 크며 발전시설 설치에 넓은 토지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고 탄소중립 및 경제성도 맞출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의 역할이 중요하다. 원자력은 고밀도 무탄소 에너지원이다. 원자력 발전은 우리가 원하는 출력을 내는데 필요한 연료의 양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우리나라는 우라늄을 전량 수입하고 있지만, 우라늄 가격이 원자력 발전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핵연료 제작비용 등을 포함해도 연료비가 원자력 발전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우라늄 연료는 비축성도 뛰어나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원자력은 계절이나 기상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경제성도 뛰어나 기저부하를 담당하기에 최적이다. 이같은 이유로 재생에너지와 공존할 수 있는 원자력 비중을 찾아 적정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에너지 믹스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는가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발전 전력은 63GW 정도로 발전 비중은 석탄 36%, 원자력 29%, LNG 26%, 재생에너지 7%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62%를 차지하고 있는 화력 발전 비중을 대폭 줄여야 한다. 줄어든 화력 발전량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충당해야 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전력 사용량은 약 143GW로 늘어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적정 원자력 비중은 40% 정도 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증설 가능한 원전 용량까지 다 고려하더라도 원자력 발전비중은 30%선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자력 비중은 최소 30%를 목표로 하되 향후 필요에 따라 신규 원전 부지를 더 확보하거나 더욱 안전성이 높은 SMR(소형모듈원전)을 추가하는 방안을 통해 40% 이상까지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원전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존재한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문제도 여전히 요원한데.
“한국 원전은 모두 견고한 원자로 격납건물을 갖춘 가압수형 원전이다. 전 세계 가압수형 원전의 누적가동 기간은 1만1500년에 이르는데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없었다. 이런 유형의 원전에서는 설사 원자로가 녹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원자로 격납건물이 방사성 물질 누출을 잘 차단해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과 인명 사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한국에 적용될 수 없다. 우리 원전 격납건물은 부피가 5배 크고 강건해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나더라도 대량의 외부 누출은 일어나지 않는다. 전 세계 원전이 약 1만9000여년의 누적 가동년을 기록하는 동안에 발생한 원전 사고의 치명률은 1조kWh당 0.5명으로 극도로 낮다. 특히 우리나라 원전은 지난 43년간 약 3조9000억kWh의 전력을 생산했지만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 역시 해결책이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에서는 지하 500m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건설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처분장 부지를 선정한 후 건설 인허가를 추진 중이다. 이는 사용후핵연료 심지층 처분의 안전성이 기술적으로 입증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우리나라도 일부 기술만 개발하면 언제든 적용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5cm 두께, 직경 약 70cm 정도의 커다란 구리용기에 여러 다발을 넣고 밀봉해 처분한다. 구리용기는 지하 암반에 구멍을 파고 묻는데, 그 주위는 벤토나이트라는 점토질 물질로 채운다. 벤토나이트는 물을 머금으면 단단해져 방수재 역할을 하면서 설사 방사성 물질이 용기를 빠져나오더라도 이동을 잘 못하게 잡아둔다. 방사성 물질이 구리용기와 점토질을 뚫고 나와 지하수를 통해 지상으로 올라와 위해를 끼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방사성 물질은 크게 나누어 물에 녹을 수 있고 반감기가 짧은 물질과 물에 잘 안 녹고 반감기가 긴 물질로 구분할 수 있다. 반감기가 길어야 30년 안팎인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은 물에 다소 녹지만 300년 정도 지나면 다 붕괴돼 사라진다. 사용후핵연료의 1% 내외 정도의 물질이 반감기가 수천 년이 넘는 플루토늄과 같은 초우라늄 물질인데 이들은 물에 거의 녹지 않는다. 용기가 파손되고 극미량이 물에 녹아 나와도 점토층을 통과하는 데만 수십만 년이 소요되므로 점토층 통과 도중 붕괴돼 사라진다. 지상에 도달할 수 있는 것들은 수백 년이면 사라지고, 이후 지상에 도달할 수 없는 것만 지하에 남아있게 되므로 처분장은 마치 미개발 지하 광산과 같은 상태가 된다. 여기에 현재 더 나은 방법인 분리후 소멸처리도 연구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정책 수립시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
“현재 124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한국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세계 각국은 자원 보유량과 자연환경 등 자국의 실정을 고려해 적정 에너지 믹스를 구성하고 있다. 에너지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믹스 구성 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1순위 가치로 둬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끌어 왔고 미래 국가경쟁력의 근간이기도 한 주력 산업을 파괴하는 탄소중립은 곤란하다. 탄소중립은 퇴보의 단초가 아니라 도약의 계기가 돼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에너지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력과 풍력 자원이 빈약하다. 그나마 태양광과 원자력이 현실적인 무탄소 에너지원이다. 이런 사실에 기반해 에너지 안보를 지키면서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정책 수립 시에는 이념이나 신념보다 과학기술과 객관적 사실을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정책 수립과정에 에너지 및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
출처: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