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시론] 편파 시비 탄소중립시민회의 중단해야

2021-09-15l 조회수 267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최근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3개 안을 발표했다. 저석탄안, 무석탄안, 넷제로(Net zero) 안이다. 세 안 모두 현실적인 제약과 비용을 무시한 채 작성돼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 시나리오의 불합리성은 발표된 몇몇 수치만 분석해봐도 금세 알 수 있지만, 세부 근거를 보면 그 무모함과 불합리가 더 드러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탄중위는 시나리오 산출 근거를 공개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탄중위 홈페이지에 껍데기만 올렸다. 그런데도 탄중위는 탄소 중립시민회의 공론화라는 미명 아래 이런 불합리한 시나리오를 3개월도 안 되는 시한을 두고 못 박으려 한다.

이들 시나리오는 2050년 총에너지 수요가 대략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지만 지금 20%에 불과한 전기화율이 45%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면 발전량은 약 140GWy(1GWy는 1GW 1년 발전량)로 지금의 2.2배가 된다. 이렇게 막대한 발전량을 충당하겠다면서도 3개 안 모두에 탈원전과 탈석탄을 기본 기조로 했기에 무모한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했다.

넷제로안의 재생에너지는 총 발전량의 71%를 차지한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이 발전량 충당에 필요한 태양광 설비 용량이 480GW이다. 향후 태양광 패널의 발전효율이 34%로 지금보다 1.7배 정도 향상될 것을 기대해도 3500㎢의 면적이 필요하다. 국토의 3.5%, 서울의 5.8배이니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이렇게 방대한 면적을 과연 태양광 패널로 덮을 수 있을지 의문인데, 수요 초과 전력의 저장에 필수적인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막대한 용량과 비용이 더 관건이다. 480GW의 태양광 시설에서 낮에 발전하는 전력은 평균 전력 수요인 140GW를 훨씬 초과한다. 이러한 초과 전력은 전력망에서 차단하고 ESS에 저장했다가 밤에 사용해야 한다.

생산한 전력의 반 정도는 저장했다 써야 한다. 태양광 이용률을 15%로 잡으면 480GW 태양광 설비의 반일치 발전량 저장에만 최소 864GWh 용량이 필요하다. 흐린 날과 비 오는 날도 대비해야 하니 반일치 용량만으론 안된다. 이런 ESS 구축에만 1000조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런데 이번 시나리오에는 ESS 용량 추정은커녕 본문에 언급조차 없다.

넷제로안에서 발전 비중이 21.4%로 잡힌 무탄소 신전원은 발전량이 31GWy여서 지난해 원자력 전체 발전량의 1.7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그런데 이 무탄소 신전원에는 수소 터빈, 암모니아 발전이라는 불확실한 발전 수단을 언급했을 뿐이다.

수소는 단위 부피당 에너지가 천연가스의 3분의1에 불과해 가스터빈보다 비효율적이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먼저 생산해 합성해야 하는데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수소를 생산하려면 물 전기분해를 해야 된다. 막대한 양의 수소가 필요하다. 이 시나리오는 2800만t에 이르는 수소 조달을 80% 이상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잡았다. 수입 의존 수소는 400억 달러 이상이 들뿐더러 국가 에너지 자립을 위협한다.

앞에서 든 몇 가지 예는 이 시나리오가 가진 문제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여러 중대한 문제가 있는데도 각 분야 에너지 전문가들을 배제한채 친정부 성향 인사들로만 구성된 탄중위는 지난 7일 구성한 탄소중립시민회의를 통해 10월 말 시나리오 확정을 밀어붙이려 한다.

불공정하게 구성된 탄중위가 시민에게 편파적인 정보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 불합리와 불공정 속에서 졸속으로 진행되는 탄소중립시민회의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30년 대계인 탄소중립 계획은 차기 정부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유효한 발전원인 원자력을 포함해 객관적이고 면밀한 분석과 검토를 거쳐 수립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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