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기후변화 대처에 원자력이 필수입니다”

2021-09-02l 조회수 429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신호탄이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한 121개 국가 대부분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은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의 양을 같게 만들어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현재의 10배까지 늘릴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정책의 현실성에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활용에 필요한 단가가 원자력 발전 단가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 단가는 kWh당 약 60원이지만, 태양광 발전의 경우는 kWh당 150원, 해상풍력은 kWh 당 280원에 달합니다.”

  특히 올여름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전기 요금 인상 논의도 이뤄지지만, 여론은 전기료 인상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대학가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게시되고, 정치인들은 앞다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지적하고 있다. 주한규(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돌아보는 것보다는 앞으로 원자력이 어떤 이점을 가지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탈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현재 여론의 주된 흐름이라고 봅니다. 2018년 6월부터 올해까지 3년에 걸쳐 원자력학회, 원자력 정책센터 등의 기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 3명 중 2명이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게다가 갤럽 자체 조사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원자력 분야와 관련 없는 기관에서도 수행한 조사까지 치면 2018년 6월 이후 11차례의 조사에서 거의 일관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 원전 산업 생태계 위협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탈원전으로 원전 산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수요에 맞춰 공장 설비도 확장했는데, 신규 원전 건설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탓에 원자력 산업 전반에 일감이 사라졌습니다. 특히 대규모 원자력 산업체인 두산중공업에서는 공장 가동률이 2019년엔 50%, 2020년엔 10% 수준으로 감소했고, 1000여 명의 직원이 명예퇴직 대상이 됐습니다. 또한, 두산중공업에 협력업체로 제품을 납품하는 창원시 170여 개 의 중소기업도 매출이 2016년 대비 2019년에 38%, 고용인원도 15% 감소했습니다. 세계 최고로 일궈놓은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이 사장되고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전기를 구매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도 적자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자력 전기 대비 단가가 약 2배 정도 높은 천연가스 LNG 발전량과 보조금이 대거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니 적자와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적자를 면하려면 전기료를 올려야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전기료는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작년을 기준으로 원자력 관련 학과 재학생들이 2017년 대비 29.2% 감소했습니다. 약 905명 정도인데 유능한 인재들이 이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기피하는 양상을 보여줍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훗날에는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수준을 높게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 현재의 에너지 정책을 평가한다면

  “탄소 중립을 위한 현재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2%로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만으로 61%를 채우겠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 태양광 설비 용량이 464GW인 반면, 작년 말까지 설치된 태양광 용량은 16GW에 불과합니다. 태양광 발전 목표치가 현재의 30배 정도라는 것인데, 이 많은 설비를 갖추기에는 그럴만한 부지조차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붕이나 벽에 설비를 설치할 수도 있겠지만, 지상에 설치할 때처럼 태양과 일정한 각도로 유지하기 어려워 발전 효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또, 태양광은 발전 단가가 비쌉니다. 낮에만 발전하고 밤이나 새벽엔 쓰지 못하는 발전원의 간헐성 탓에 완전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전력을 저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력을 저장하는 컨테이너 형태의 에너지 저장장치 가동 비용이 높다는 문제 가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태양광 발전 단 가가 현재 ㎾h당 100원 정도까지 낮아졌지 만, 에너지 저장장치를 가동하는 데엔 ㎾h 당 175원이 필요해 저장비가 생산비보다 더 비싼 상황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전력생산단가는 계속 낮아질 수 있지만, 저장장치의 비용을 절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태양광 발전을 늘려가면 에너지 저장장치에 필요한 리튬의 품귀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면 가격이 크게 올라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더욱 떨어질 것입니다.

  풍력 발전 비중도 현재 1.7GW에서 2050 까지 44GW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가 있지만, 풍력의 경우 태양광보다 발전 단가가 더 높습니다. 이 경제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지금의 탄소 중립 로드맵은 실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료 인상 부담 용의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약 1000명 중 14%만이 30% 이상 인상된 전기요금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전기요금 변화에 굉장히 민감한데, 태양광 발전을 위해선 30%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료 인상을 부담해야 합니다.

  또, 전기요금이 상승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상품의 가격도 오르게 됩니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이 악화될 것입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바탕임을 잊으면 안 됩니다. 미래 에너지 정책을 원자력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을 길입니다.”

 

- SMR(소형 모듈 원전)이 새로운 원자력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적은 건설비용이 들어가기에 투자 부담을 덜고, 이후에 재투자로 쉽게 이어져 안정적인 전력망을 구축하기에 유리합니다. SMR은 공장에서 제작 후 수송 설치가 가능한 소형 원자로입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원전의 전기출 력은 1000㎿ 이상이나, SMR의 경우는 300 ㎿ 이하이며 더 작은 10㎿ 수준의 SMR은 MMR(Micro Modular Reactor)이라고 부릅니다. SMR은 기본적으로 그 크기가 작아 전력 수요지 인근에도 설치가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기존 원전과 구분되는 SMR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입니다. SMR은 기존 원전과는 다른 구조의 원자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원자로 안의 열을 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SMR 원자로 구조는 크게 3가지의 형태가 있는데, 이 3가지 구조 모두 원자로 안의 냉각이 기존 원전과는 다르게 설계됐습니다. 첫 번째로, 손상 가능성이 아주 작은 신개념 연료를 활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경우, 연료가 원자로 안에서 녹지 않아 방사 성 물질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또 다른 방식은 피동 냉각 방식입니다. 후쿠시마 사고는 냉각 펌프에 전기 공급이 끊겨 열을 식히지 못해 수소폭발이 발생한 사례인데, 이 방식은 기체와 액체가 섞인 형태의 냉각용 유체를 자연대류 방식으로 원자로 주위에 순환시켜 펌프가 없이도 원자로가 열을 식히도록 합니다. 세 번째 형태 또한 기존 원전보다 단순화된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기존 원전에는 원전 안에 관이 있어 그 관이 파괴되는 경우 원자로 냉각이 어려웠는데, 이 SMR 원자로는 내부에 관이 존재하지 않는 일체형 구조입니다.”

 

- 원자력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원자력은 에너지, 산업, 안보 등 다양한 분야와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이기에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 논의의 주체들은 원자력의 안전성, 경제성, 안보와의 관련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에선 원자력에 대한 소문만 듣고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자력의 치명률은 1조kWh당 0.5명으로 다른 발전원보다 매우 낮습니다. 최근 EU 합동연구센터에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원에 원자력을 편입하는 것을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는데, 원자력의 위험성이 그동안 과대평가 됐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물론 위험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원전 설계의 오류, 설계와 실제 구조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이를 막기 위한 다단계의 대비책이 제 기능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원전 가동 이력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원전이 가지는 위험을 잘 관리해왔습니다. 실제로 신고리 3, 4호기 등 최근 건설되는 제3세대 원전은 1조kWh당 0.0008명의 치명률을 보입니다. 원전이 지금껏 높은 생명 안전성을 보여 왔다는 것을 인 지하고 안전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 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단순히 탈원전에 문제가 많으니 안 좋다고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원자력이 왜 필요한지, 미래에 우리가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 기술을 유효하게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글│김민재 기자 flowerock@

사진│유보민 기자 elin@

출처: http://www.ku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32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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