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뉴스의 맥] 월성 원전 삼중수소 시비는 '제2의 광우병 선동'

2021-01-21l 조회수 299

[뉴스의 맥] 월성 원전 삼중수소 시비는 '제2의 광우병 선동'

입력 2021-01-19 17:37 수정 2021-01-20 00:36

[뉴스의 맥] 월성 원전 삼중수소 시비는 '제2의 광우병 선동'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 문제가 새삼 정치권의 중심 이슈가 됐다. 며칠 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방사성 수소 다량 검출”, “사상 초유의 방사능 누출을 확인 못 한 감사 결과”, “원전 마피아의 결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감사원을 힐난하고 원자력계를 매도했다. 33명의 여당 의원은 지난주 기자회견을 통해 ‘자연에 없는 인공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주민의 몸에서 검출됐다며 야단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돼 있는 삼중수소라며 두려움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의 발언은 사건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적 선동 의도를 드러낸다.

이 사건은 2019년 4월 월성 원전 배수관의 한 집수정에 고여 있던 물에서 배출 기준치의 18배에 달하는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된 게 발단이 됐다. 18배는 커 보일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고인 물의 양이 약 2t 정도로 많지 않았고 검출 직후 회수돼 희석 처리됐기 때문에 지하수나 해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실질적으로 없었다. 이후 이런 기준 초과 삼중수소 검출 사건이 다시 일어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원전 인근 지역 감시 우물에서 주기적으로 측정한 삼중수소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내 삼중수소 허용치의 1000분의 1도 안 되게 낮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핵론자들은 늘 그래왔듯이 원전 위험성과 관련된 수치를 과장하고 침소봉대해 국민을 현혹한다. 정치권은 이를 이용해 국민을 선동한다. 근거가 없었던 광우병 선동과 같은 맥락이다. 방사선과 원자력에 대한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이들의 혹세무민에 넘어가게 된다.

WHO 음용수 허용치의 1000분의 1도 안돼

보통 물이 아니라 중수를 사용하는 월성 원전에서는 그 특성상 삼중수소가 더 많이 생성된다. 중수는 보통 물과는 다르게 물분자의 수소가 중수소(보통 수소보다 두 배 무거운 수소)로 대체돼 있다. 중수소에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중성자가 하나 더 붙으면 삼중수소가 된다. 삼중수소는 한 번 만들어지면 약 12년의 반감기를 갖고 없어지는 방사성 원소지만 자연의 물에 항상 존재한다.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으로 인해 대기 중의 질소가 쪼개지면서 삼중수소가 새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겨난 삼중수소는 빗물을 통해 지상으로 내려온다. 1초마다 한 개의 방사선이 나오는 방사선 방출률을 베크렐(Bq)이라는 단위로 나타내는데 빗물 1L에는 1베크렐의 삼중수소가 포함돼 있다. 즉 빗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1Bq/L이다. WHO가 정한 음용수의 삼중수소 기준은 1만Bq/L이다. 월성 지역 봉길리 우물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는 5년 평균치가 10Bq/L을 넘지 않았다. 빗물의 열 배 수준이고 국제 음용수 기준보다 훨씬 낮다.

[뉴스의 맥] 월성 원전 삼중수소 시비는 '제2의 광우병 선동'

 

방출에너지 적어 신체 위해도 낮아

삼중수소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베타선 즉 전자인데 그 방출 에너지가 다른 방사선보다 매우 낮다. 그래서 신체 위해도도 적다. 모든 식품에 포함돼 있는 방사성 원소인 칼륨40이 내는 방사선에 의한 신체 위해도의 300분의 1도 안 된다. 혹자는 삼중수소가 유기결합을 통해 DNA 유전자 변이를 더 많이 일으킬 수 있으므로 칼륨40보다 위험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연구를 통해 미량의 유기결합 효과까지 고려한 방사선 종류별 방출률(베크렐)과 인체 위해도(시버트) 간 상관계수를 정해 공표했다. 이 상관계수는 음식 섭취나 호흡을 통해 몸으로 들어온 방사성 물질이 신체에서 나가거나 소멸될 때까지 전신에 일으킬 수 있는 위해도를 종합해 결정한 것이다.

이 상관계수를 적용하면 국제 음용수 기준 삼중수소 농도 1만Bq/L짜리 물 5500L를 마셔야 인공방사선 피폭 제한치인 연 1밀리시버트가 된다. 매일 1.5L씩 10년 내내 마셔야 될 양이다. 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칼륨이 풍부한 바나나도 1년에 1만 개를 먹어야 1밀리시버트가 된다. 월성 주민들이 삼중수소로 인해 추가로 받은 방사선 흡수량은 그런 바나나 6개 정도 섭취분에 불과한 만큼 적은 것이다. 이런 미량의 방사선 위해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억지다.

경제성 조작을 안전성 이슈로 덮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거쳐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의 조작 행위가 드러나자 여당 의원들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문제를 안전성 이슈로 전환하고 있다. 한 의원은 월성1호기 폐쇄로 인해 월성 주민의 방사선 피폭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조기폐쇄를 정당화했다. 그 추정이 맞다고 하더라도 바나나 6개 정도의 피폭 수준에서 3개 정도로 준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반으로 줄었다는 말은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표현일 뿐이다.

검찰 수사에 영향력 행사하려는 의도일 수도

당초 월성1호기에 대한 감사는 국회 요구로 시작됐다. 2019년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감사요구안에는 ‘경제성 평가에서 전기판매 단가를 과도하게 낮추는 등 자료를 조작해 경제성을 과소 평가’라는 표현으로 경제성 평가를 근거로 한 조기폐쇄 결정 과정의 적절성과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 행위에 대해 감사를 청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 애초부터 월성1호기의 안전성 판단은 논외였던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이런 기초적인 사실도 모른 채 감사원을 힐난한 것이다. 더군다나 원전 마피아를 운운함으로써 실체가 없는 대상을 악의 집단으로 규정하고 대중의 분노를 유발하려 했다. 원전 마피아는 두목도, 조직도, 자금도 없는 허상일 뿐이다. 감사원이 있지도 않은 원전 마피아와 결탁할 수가 있는가?

월성1호기 폐쇄는 그저 대선 공약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있었던 대통령의 조기폐쇄 공개 발언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이 조기폐쇄를 합리화하기 위해 미래 전기 판매단가를 한수원 원전의 발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하는 등의 무리수를 써가며 경제성을 조작하는 부당한 행위까지 한 것이다. 이게 문제의 본질이다. 반핵인사들이 월성1호기의 안전성 불충족을 이유로 계속운전 허가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냈지만 2017년 7월 법원에서 이를 기각해 안전성 문제 제기에 대해 이유 없음으로 판명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 단발성으로 있었던 삼중수소 문제를 꺼내 다시 안전성 운운하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월성1호기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억지 안전성 주장과 경제성 조작에 의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로 대체 LNG 발전에 추가로 들어갈 비용이 1조3000억원이 넘는다. 존재 과시를 위한 반핵인사들의 얼토당토않은 주장과 원전 마피아라는 조장된 용어로 국민 전체가 다시금 부당한 피해를 봐서는 안 될 일이다.

■ 우리와 함께 있는 방사선
칼륨 동위원소인 K40, 모든 식물·인체에 포함…위해도 삼중수소 340배

사람들은 방사선을 두려워하지만 사실 항상 방사선과 함께 생활한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과 숨 쉬는 공기에 방사성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칼륨은 비료의 3요소일 만큼 식물 생장에 필수 요소다. 그 칼륨의 동위원소인 K40은 전체 칼륨 중 0.012%밖에 안 되지만 방사선을 방출한다. 반감기가 12억 년이 넘어 수천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 양이 거의 그대로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칼륨이 거의 모든 식물에 포함돼 있고, 이를 먹는 동물에도 미량이지만 포함돼 있다.

그래서 그런 음식물을 먹는 우리 몸속에도 K40이 항상 있다. 성인의 몸에서는 초당 약 4000개의 방사선이 K40으로부터 나온다. 즉 우리 몸은 K40에서만 약 4000베크렐(Bq)의 방사선을 방출한다. 이 방사선 중 89%는 베타선, 즉 전자이고, 11%는 감마선이다. 몸속의 K40이 내는 방사선으로 우리 몸이 1년 동안 받는 방사선 흡수선량은 0.2밀리시버트(mSv)다. 해산물에 포함된 폴로늄 같은 다른 방사성 물질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연간 0.38mSv의 선량을 음식물로부터 흡수한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는 방사성 원소인 라돈 기체가 있다. 라돈은 알파선을 방출해 건강 위해도가 높다. 우리나라 국민은 라돈으로 연간 1.4mSv의 선량을 흡수한다.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 땅(지각)에서 오는 방사선 등을 다 합치면 자연적으로 연간 3.1mSv의 선량을 흡수한다. 엑스레이 촬영 등 의료진단 과정에서는 평균적으로 0.74mSv를 흡수해 총 3.8mSv의 선량을 받으며 살아간다. 방사선 방호는 의료 피폭을 제외한 인공 방사선 연간 흡수선량 한도를 1mSv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총선량의 25% 정도 추가에 해당하는 많지 않은 양이다.

방사성 물질마다 내는 방사선의 종류와 에너지가 다르다. 삼중수소에서 나오는 베타선은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섭취 시 인체 위해도가 칼륨40의 34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삼중수소 340Bq이 있어야 칼륨 1Bq에 해당하는 위해를 준다는 것이다. 반대로 해산물에 함유된 폴로늄은 칼륨보다 190배 넘게 위해도가 강하다. 삼중수소 6만6000Bq이 있어야 폴로늄 1Bq에 해당한다.

바나나는 칼륨이 풍부해 방사능이 검출될 정도다. 바나나 한 개 섭취 시 선량은 0.1μSv다. 바나나 1만 개를 먹어야 인공선량 한도인 1mSv가 되니 우려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건강 장애는 선량 100mSv부터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바나나 100만 개에 해당하는 방사능을 섭취해야 건강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기본적으로 매년 바나나 4만 개 정도의 방사선 선량을 받고 사는 사람에게 바나나 10개도 안 되는 삼중수소로 인한 추가 방사선 피폭은 실질적으로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출처링크: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11993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