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감사 결과 발표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최종 직권심리 단계에서 감사 대상자들이 그간의 진술을 집단으로 번복하였다 한다. 여권은 최재형 감사원장 동서들의 친원전 성향을 문제 삼아 최 원장을 힐난하고, 탈원전 시민단체는 최 원장에 대한 감사 청구를 했다. 감사원의 정당한 감사 결과 도출을 저지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의와 공정을 표방하고 출범한 현 정부에 의해 무너진 에너지 정책에서 정의와 공정을 되살리고,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감사위원들이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사헌부는 백관을 규찰하며, 기강과 풍속을 바로잡고, 백성의 억울한 일을 없애주는 일 등을 맡아 왔다. 전제 왕권 시대에도 왕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사헌부가 있었던 것이다. 자유 민주사회에서 감사원은 사헌부보다 더 국민의 입장에서 정의와 공정의 훼손을 감찰하는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현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 요소인 탈원전 정책은 법과 제도와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됐다. 그 절정이 월성 1호기 조기 폐기다. 만약 탈원전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손 치더라도 그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 절차는 에너지 기본 계획의 변경을 우선하고 그 하부 계획인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수정하며 원자력진흥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것이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은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오로지 대선 공약 이행이라는 명분만을 가지고 추진됐다. 아무리 대선 공약이라도 현행 법과 절차를 준수하며 합당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기의 이유로 한수원이 내세운 경제성 부족은 아무리 변명해도 어불성설이다. 첫째, 원자력 전기 판매 단가를 한수원 전체 원전의 발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하여 회사의 장기적 적자를 용인한 것이다. 2016년 회계 연도 공공기관주요사업 집행 점검분석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수원의 원자력 발전 원가는 kWh당 54원이었다. 그런데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서는 원자력 판매 단가를 이보다 낮게 5년 동안 평균 51원으로 예측했다. 이는 월성 1호기 생산 전기뿐 아니라 한수원 모든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판다는 예측을 한 것이므로 명백한 모순이다. 탈원전 기조하에서 원자력 발전 원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없음이 분명한데 수년간 자기 회사가 적자가 날 것을 개의치 않고 판매 단가를 낮춰 잡는 비상식이 용인될 수 있는가?
둘째, 이와 같이 비상식적으로 낮은 판매 단가에도 월성 1호기의 경제성 성립에 필요한 이용률이 54.4%로 산정됐는데 미래 이용률이 그보다 낮을 것으로 판단한 억지다. 월성 2, 3, 4 호기의 2018년과 2019년 평균 이용률은 72.5%를 기록했다. 완전히 새로 개비한 월성 1호기 이용률은 이보다 높았을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엉터리 경제성 평가를 바탕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기를 결정한 것은 정의와 공정의 훼손이다. 그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한수원에 있겠지만, 이러한 무리수가 초래된 데에는 정권의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려는 고위 공무원의 부적절한 압력이 근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 감사에서는 이런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미봉책을 내세워 월성 1호기 조기 폐기를 추진한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헌격인 감사위원들이 기개를 갖고 역사에 길이 남을 이번 감사에서 정의와 공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후대 공직자들도 이번 사안을 거울 삼아 부당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법과 제도에 따라 정의롭고 공정하게 국가 대사를 결정하고 추진하지 않겠는가?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