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원자력 인식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 조사에는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찬반에 대한 질문이 2019년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포함됐다. 두 조사 모두 건설 찬성이 반대의 1.5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신한울 3·4호기 사안 자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었기에 판단 유보자가 많았지만,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44대27의 비율로 건설에 찬성했다. 원자력 발전의 확대·유지·축소 선호를 묻는 질문에는 26대38대24 비율의 응답이 나왔다. 원자력 축소 선택 비율이 24%라는 것은 탈원전에 동의하는 국민이 4분의 1이 안 된다는 것이다. 원자력 유지 혹은 확대는 탈원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일한 질문의 한국갤럽 조사는 2018년 6월과 2019년 1월에도 있었는데 당시 축소 선택 비율이 32%와 27%였다. 탈원전 지지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이다.
3년 전 오늘 대통령의 탈핵국가 선포로 시작된 탈원전 정책은 일방적으로 추진돼 왔다. 그간 이행된 탈원전 조치 중 우리나라 산업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친 것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다. 계획된 일감과 미래 비전이 없어진 두산중공업과 수백 개의 관련 중소기업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두산중공업에 대해서는 긴급공적자금 수혈이라도 하게 됐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대로 몰락하고 있다.
원전기기 제작 기업의 괴멸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한다. 이렇게 되면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진다. 원전 수출은 수십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접 효과뿐만 아니라 고도 기술국가라는 이미지 형성을 통한 간접적인 경제적·외교적 효과도 막대하다. 이는 이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아랍에미리트(UAE)와 우리나라의 관계에서 입증됐다.
지난 3월 핵연료 장전이 시작된 UAE의 바라카 원전은 사실상 완공됐다. 최근 UAE의 왕세제가 바라카 원전을 시찰하고 중동 최초로 원전을 보유한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표출했다. 왕세제는 며칠 전 양국 간 수교 40년을 기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받는 자리에서 원자력이 경제·과학·사회적 엔진이 됨으로써 바라카 원전 사업이 향후 여러 분야에서 양국 간 건설적인 협력 모델이 될 것이라고 치하했다.
이런 대단한 역할을 한 원전 수출을 다시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원자력 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절실하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에는 약 9조원의 건설비와 연인원 720만명이 투입된다. 그 건설비는 이미 확보돼 있다. 따라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유효한 정책 수단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은 전력 설비가 남을 수 있다. 그러나 5년 뒤에도 전력이 남을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요구할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대한 예측과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할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미래 전력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증설이 아니라 신한울 3·4호기로 대비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는 원전 수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저비용 청정 전력원으로 경제와 환경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민심을 수용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청와대의 결단을 기대한다.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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