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시론] ‘원자력 민심’은 총선 표심과 달랐다

2020-06-08l 조회수 161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실시한 원자력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하는 정치 관련 기본 여론조사에 원자력 관련 문항 두 개를 추가해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원전 이용에 대한 찬반이 66대 21로 나왔다. 찬성이 반대의 3.2배가 될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 향후 원전 비중의 유지 또는 확대에 동의하는 응답자(582명)는 축소를 원하는 응답자(280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 조사 표본집단의 대통령 지지도는 65%, 더불어민주당 대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은 44%대 19%였다. 여당이 압승한 4·15 총선 결과와 일맥상통했다.

이런 표본집단에서 원자력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높게 나온 사실은 특기할 만하다. 한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폐기를 총선 제2 공약으로 내걸었던 제1야당이 참패한 총선 결과와는 배치되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이 시행된 이후의 원자력 인식 조사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5월까지 3개월마다 실시됐다. 이 조사는 한국원자력학회가 매번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동일한 문항으로 진행한 것이다. 한국갤럽은 네 번의 조사 중 두 번째 조사를 담당했다. 네 번의 조사 결과는 모두 일관되게 원자력 찬성 여론이 7대 3 정도의 비율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년 전에 확인된 이런 원자력 지지 여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최근의 사회 상황에서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가 있다. 총선 표심과 원자력 민심은 아주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기할 점은 본인이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집단에서도 원자력 이용 찬반이 63대 28, 즉 찬성이 반대보다 2.2배나 많았다는 사실이다. 원자력은 이념 성향에 우선한다는 의미다.

 

현실과 실질을 고려하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같은 환경문제와 전기료 인상 압박 같은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발전 수단으로 원전에 대한 지지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원자력 발전 비중은 지난해 26%였다. 이 비중을 어떻게 할지를 묻는 말에 5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원자력 비중을 약간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는 16%, “많이 줄여야 한다”는 12%였다. 이 16% 중 일부는 원자력 이용은 찬성하되 그 비중을 좀 줄이는 ‘감(減)원전’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비중을 궁극적으로 제로로 가져가는 탈원전에 동의한 사람은 12%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지난 3년간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여러 산업적·경제적·환경적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제 국민은 저비용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의 필요성에 대해 탈원전 이전보다 더 많이 공감하게 됐다. 이처럼 탈원전의 역설이 이번 조사 결과에 담긴 중요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전기가 남아도니 추가 원전은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원전은 지금 건설해도 6~7년 이후에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지금 전기가 남는다고 7년 뒤에도 남는 것은 아니다.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초안에는 신규 LNG 발전소를 대폭 확대하기로 돼 있다. 대통령의 판단은 이와도 배치된다.

청정한 대기를 유지하고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도 지속해서 이용해야 한다. 석탄화력 발전 감소로 인해 줄어들 기저 전력을 원자력이 담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LNG의 주력 발전화는 전기요금과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총선 이후에도 지속하는 원자력 지지 국민 여론을 헤아려 에너지 정책의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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