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기고] 코로나·원전, 전문가 무시한 `잘못된 첫단추`

2020-03-12l 조회수 195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 병상이 부족해 입원실을 구하지 못한 확진자가 사망한 경우도 발생했다.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다. 우리 국민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입국 제한도 확대되고 있다.

대혼란이고 국가적인 낭패다. 정부가 아무리 부인해도 이 낭패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발 입국자의 선별 차단 실패다. 의사협회와 감염학회 등의 전문가들이 수차례 중국발 입국 제한 조치를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치적 고려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무시했다.

정부는 진작부터 전문가 의견을 경청해 근원적인 차단책을 펼쳐야 했던 것이다. 전문가 무시에 따른 낭패의 다른 예가 최근 드러났다. 한국전력의 작년 영업 손실액이 무려 1조3566억원이라고 밝혀진 것이다.

한전의 누적 적자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무모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 계속 추진된다면 향후 크게 인상될 전기요금은 국가적 낭패를 초래할 것이다.

이는 정부가 정치적 동기 때문에 원자력 전문가를 철저히 무시한 채 편파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한 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지난해 한전 적자가 크게 늘어난 요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70.6%에 불과한 원전 이용률이다. 다른 나라의 원전 이용률은 대체로 80%가 넘고, 미국의 작년 원전 이용률은 심지어 93.5%에 달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원전 이용률 저하의 원인으로 원자로 격납건물 내부 철판 부식 수리에 따른 대규모 원전 정지를 든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정지 결정이 전문가의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반핵 진영에 의해 주도된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격납건물 누설시험을 통해 누설률이 기준치 이하이면 장기적인 정비 계획을 수립해 수리해도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동되는 96기의 원전 중 40년 이상 된 원전이 거의 반인 47기다. 이들 원전이라고 철판 부식이 전혀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작년 가격 기준으로 한전이 원전 1기의 1년 연속 발전량(1GWy)을 LNG 발전으로 대체해 구입하면 5300억원 정도 비용을 더 지출하게 된다. 만약 원전 이용률을 80%로 유지했다면 LNG 발전량은 약 2.2GWy 줄게 됐을 것이다. 이 경우 한전의 비용 절감액은 약 1조1000억원이 된다.

작년 영업 적자 대부분의 만회가 가능했던 것이다. 한전 적자의 다른 주요 요인은 온실가스 배출권 구입액이 7095억원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큰 비용은 배출권 단위 가격 자체가 약 20% 상승한 데다 원자력 대체 화력발전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곱해졌기 때문이다.

원자력을 배제한 기후변화, 미세먼지 대처는 이렇게 큰 경제적 부담을 야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원자력 전문가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에너지 믹스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 중이다. 4~6월 중으로 예정된 국민정책참여단 토론회 자료집 작성과 검토, 토론 진행 등에 있어서 원자력 전문가는 무시되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여 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 명단도 비밀에 부치고 있다.

현재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따르려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은 원자력 전문가가 배제된 채 만들어져 편향적이다. 이를 그대로 추진하다가는 전기요금 급등과 공급 불안정이라는 국가적 낭패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국가기후환경회의와 정부는 에너지 믹스 결정에 원자력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그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기사주소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53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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