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시론] 한빛 1호기 사고가 낸 비상경고음

2019-05-23l 조회수 239

지난 10일 한빛 1호기에서 발생한 출력 급증 사건(incident)은 비록 4분여 만에 안정화되었지만 중대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알려진 바로는 원자로 제어봉 성능 시험 과정 중에 무자격자가 원자로 운전을 잠시 맡았다고 한다. 원자로에서 제어봉은 자동차에서 가속페달과 같은 기능을 하는 중요한 출력 조절 장치다. 그래서 원전 재가동 시 정상 출력을 내기 전에 영(zero)출력이라 불리는 매우 낮은 출력 조건에서 꼭 제어봉 성능시험을 한다. 이 무자격자는 시험 중 발견된 제어봉 위치 이상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된 정비 기술자라 한다. 이 정비 기술자가 제어봉을 과도하게 뽑았고 이로 인해 출력 급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는 영출력 상황에서 제어봉 조작은 원자로 운전원이 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이는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졌음을 의미한다. 원전의 안전 운영은 원전 종사자 모두가 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원칙과 규정과 절차에 따라 각자의 소임에 충실함을 전제로 한다. 한수원은 2012년 고리 1호기 정전 은폐 사건으로 조직 기강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받은 적이 있다. 그때 바로 세워졌던 기강이 원전 운영 최전선의 현장에서 다시 무너지고 있다면 큰 문제다. 한수원 조직 전체의 통렬한 각성과 시정이 요구된다.

둘째는 영출력에서 제어봉 과다 인출이 출력 급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원자로 상식에 관계자들이 무지했다는 것이다. 원자로에는 고유한 안전 특성인 온도 피드백 효과라는 게 있다. 출력 상승에 따라 핵연료나 냉각수의 온도가 올라가면 원자로 반응성이 떨어져 자체적으로 출력 감소를 유발하는 안정화 특성이다. 영출력에서는 냉각수 온도 피드백 효과가 줄기 때문에 제어봉 인출 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원자력 전공자에게는 상식이다. 이런 기본 지식조차 운전 관계자들이 몰랐다는 것은 한수원이 종사자들이 충분한 안전 지식을 갖추도록 교육과 훈련을 하는 데 소홀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런 인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보조 급수펌프 같은 원전의 안전장치들은 설계된 대로 잘 작동하여 원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는 원전이 사람의 실수와 오판에 대비하여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 사건이 체르노빌 사고처럼 출력 폭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호도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번 경우에는 출력 상승을 인지한 운전원이 곧바로 제어봉을 삽입해 영출력 상태를 회복했지만 그러지 못했더라도 출력 상한치에 도달하거나 출력 상승률이 기준치보다 높으면 원자로는 자동 정지된다. 만약에 자동 정지가 안 되더라도 온도 피드백 효과에 따라 원자로 출력이 자체적으로 감소해 출력 폭주는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 우리나라 원전은 체르노빌 원전과 다르게 매우 강한 온도 피드백 효과를 갖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무지한 선동의 기회로 삼아 다시금 국민에게 막연한 원전 공포를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안전 설비가 작동된 관계로 관계자들은 규정에 따라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즉시 이상 발생을 신고하였다고 한다. 이후 10여 시간 동안 원전은 영출력의 안정 상태를 유지하며 안전기술원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정지 결정에 이르렀다 한다. 이는 정상적인 처리 과정으로서 즉각 정지 규정 위반이라는 오해는 없어야 한다.
원전 종사자의 부주의나 오판이 거듭되면 원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한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오각성하고 원전 안전 운영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2/20190522036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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