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뉴스] 김기현 교수 "과학이 정쟁 도구로 오용되는 현실 불편…국민 불안 해소 위해 나선 것”

2023-06-30l 조회수 737


"해류 입장에서 대한민국, 후쿠시마 앞바다서 가장 멀어…처리수 이동 중 섞여 영향 확인 힘들 것"

"방사능 물질 없는 곳은 없어…'방사능은 특별한 존재' 인식하는 사고, 문제 심각하게 만들어"

"ALPS 고장 나면? 필터 교체하면 돼…처리수 내 방사능 농도 이상 징후 발견되면 바로 배출 중지"

"가상적 상황 추정하는 방식으로 오염수 문제 접근 해선 안 돼…과학계, '영향 미미하다' 결론"

 

김기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논란과 관련해 "과학이 정쟁의 도구로 오용되는 현실이 불편하다"며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근거들을 제시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9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처리수가 배출된다고 해도 이들이 광활한 바다로 배출되어 해류에 희석되어 섞이고 퍼져버림으로써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며 "해류 입장에서 봤을 때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후쿠시마 앞바다로부터 가장 먼 곳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야당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괴담'을 유포하는 것에 대해 "한 쪽에서는 계속 데이터를 놓고서 정량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상적인 상황을 가정한 추정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사람들은 그저 숫자 데이터가 어려워서 잘 이해가 안 간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데일리안과 김기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 정부는 국내 수산물이 후쿠시마 오염수로 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수님이 보기에도 정부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여지는가.

"그렇다. 첫째로 도쿄전력(TEPCO)이 그동안 처리수 샘플에 대한 측정을 수행하고 모니터링해 온 결과 현재 처리수의 상태가 해양 배출 기준을 충분히 만족한다. 특히 이와 관련한 샘플 채취 및 측정, 분석 방법론과 결과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관의 교차 검증도 마친 상황이다. IAEA에서도 해당 측정 및 분석 방법론이 적절하고 충분히 높은 수준의 분석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둘째로, 처리수가 배출되더라도 이들이 광활한 바다로 배출되어 해류에 희석되어 섞이고 퍼져버리기에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정부도 이런 상황들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상당히 심사숙고하고 작은 사안 하나까지 신중한 태도로 이 문제에 접근해왔다. 실제 가까이서 보면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정부 출연 기관들이 얼마나 국민들의 여론과 반응에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대응하는지 알 수 있다"

 

-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를 방류했을 때 일곱달 만에 제주도 해안에 도달한다는 독일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다른 시뮬레이션에서는 우리 해양까지 도달하는 데 4~5년이 걸린다고 한다. 어떤 연구 결과를 믿어야 하는 건가.

"최근 해류의 유동을 연구하는 교수님을 만난 적이 있다. 이 교수님께서 '해류 입장에서 봤을 때,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후쿠시마 앞바다로부터 가장 먼 곳에 존재한다'고 말하셨다. (오염수는) 태평양을 돌아, 멀고 먼 길을 지나 한국으로 오게 된다고 한다. 몇 년이 걸리건, 몇 달이 걸리건 정말 먼 길을 돌아서 오는 동안 너무 많이 확산되고 섞여버려서 그 영향을 확인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것이 해당 연구자들의 입장이다. 더군다나 배출되는 농도조차 별로 높지 않다면, 후쿠시마 부지에서 불과 수십 킬로미터만 떨어져도 배출수의 영향을 확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예측이다"

 

-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걸러진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 값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미한 정도'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이 '미미한 정도'라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건가.

"현대의 충분히 정밀하고 발전된 측정 기술로도 감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원자력발전소 주변 및 해양, 토양 등에 대한 환경 방사능 감시를 수행해 왔다. 매년 그 결과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현재는 실시간으로 각 지역의 방사선량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실측치를 공개하고 있다.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변화가 감지 조차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로 '미미하다'고 하는 것이다"

 

- 극소량의 방사성 물질이 내포된 음식은 먹더라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식품에 방사성 물질이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방사성 물질이 없는 곳은 없다. 우리 몸에도 이미 K-40가 일정 비율로 존재하지 않는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자 선호하는 저나트륨 소금에는 다른 음식들보다 훨씬 더 높은 방사능이 존재한다. 더 중요한 것은 방사능이 존재하는 것이 특별하다거나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지구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는 것 자체가 상당 부분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 방사성 물질로부터 나오는 방사선의 영향이다. 자꾸만 방사선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자 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이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방사선을 태양빛 정도로 인식하면 좋을 것 같다. 태양빛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우리는 햇볕을 너무 많이 쬐면 안 좋으니까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가"

 

- ALPS 고장사례는 8건이라고 알려졌다. 만약 고장사례가 발견될 경우 해결 방안이 마련되어 있는 건가.

"고장에는 여러 가지 종류와 수준이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처리수 및 희석된 처리수의 상태가 배출 기준을 만족하지 않는 경우 배출을 못한다. ALPS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필터 시스템이다. 그래서 필터가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하는 시기가 오면 필터만 교체하면 된다. 특히 ALPS레진 등 정화 능력은 계속적으로 감시되고 있다. 아울러 처리수 시료 내 방사성 물질 농도에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바로 배출을 중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비되어 있다"

 

-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 있던 생선 등 어패류가 '해류를 타고 우리 바다로 들어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한국은 해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후쿠시마 앞바다로부터 가장 먼 곳'이다. 생선 등 어패류가 본래 서식하던 곳을 문득 떠나서 다른 길로 한 번도 새지 않고 수만 km를 헤엄쳐서 한국의 바다로 도착하는 우연적이고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상상해가면서까지 우려를 증폭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의도라고 본다. 그러므로 걱정 할 것 없다"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정치적 이슈로 번지면서 야권에서 '광우병' '사드' 사태처럼 괴담을 퍼뜨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이 정쟁의 도구로 오용되는 현실이 불편할 따름이다. 하지만 과학자들도 이제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두고만 보기엔 (괴담 유포 등의) 상황이 비상식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입장에선 대한민국이 굳이 일본의 처리수 배출을 환영해야 할 이유도 없고 앞장서서 홍보해 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현재 처리수 배출과 관련한 문제의 핵심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는 과학적인 분석과 근거들을 제시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함이다"

"한 쪽에서는 데이터를 놓고서 정량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가상적인 상황을 가정한 추정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숫자 데이터가 어려워서 '이해가 안 간다'고 하는 상황이다. 과학적 분석과 논거들은 이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결론을 향하고 있다. 또 충분히 합리적인 견지에서 판단했을 때, 처리수 배출에 따른 대한민국의 환경 영향은 감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기에 필요 이상의 우려는 접어두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생활 하시길 바란다"

"IAEA 검증 보고서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UN 산하 국제기구에 대한 불신은 곧 UN에 대한 불신을 의미한다. UN도 못 믿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어떤 중재 노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기사 전문

https://www.dailian.co.kr/news/view/1248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