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내부기고]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이용한 방사능 측정에 대한 의견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이용한 방사능 측정에 대하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김기현
후쿠시마 처리수 배출이 시작되면서, 최근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혹시 모를 불안감에 휴대용 측정기를 사용하여 방사능을 측정해보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이와 관련하여, 학과에도 많은 문의와 인터뷰 요청들이 들어왔었습니다. 한정된 지면을 통해 담아낼 수 있는 정보의 양에 한계가 있다보니,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이용한 방사능 측정의 실효성과 유의해야할 부분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전달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아, 보다 자세한 내용들을 정리하여, 본 학과 게시판에 내부적으로 기고하고자 합니다.우선, 모든 측정은 기본적으로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과 그 관심량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측정 방법 및 측정 기기를 사용하여 측정을 수행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정확한 검교정이 이루어진 높은 정밀도의 계측기를 이용해서, 적절한 측정 방법을 사용하여 측정을 수행할 때 정확하고 정밀한 측정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많은 양에 대한 측정일수록, 상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쉽고 오차가 적게 마련입니다. 반면, 미량에 대한 측정일수록 측정에 대한 정밀도와 시간이 더욱 필요한 법입니다. 식품 시료에 대한 측정이 오래 걸리는 이유도, 바로 대부분의 시료에 들어있는 방사능 농도가 극미량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휴대용 (또는 간이) 방사능 측정기는 주로 공간 선량을 측정할 수 있는 전자식 선량계 또는 가이거-뮐러 계수기 형태의 서베이미터 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국민들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정확한 명칭은 전자선량계)를 구매하는 이유는 주로, 식품 등에 세슘-137 또는 스트론튬-90이나 삼중수소와 같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었는지 확인해 보고자 하는 이유일텐데요. 예전에 "음이온 측정기"로 많이 불리우던 가이거-뮐러 계수기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선원의 종류나, 입사하는 방사선의 여러 가지 특성들을 구분해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방사선 측정기 내로 입사하고 있는 방사선 입자의 수를 계수함으로써 측정기가 받는 선량을 측정하는 기기입니다. 즉, 감마선 에너지 스펙트럼을 획득해서 알아내야만 하는 세슘-137이나, 액체 섬광계수기를 통해 측정해야하는 삼중수소, 스트론튬-90 등의 베타핵종의 존재 유무를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통해 판별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서베이미터나 휴대용 선량계를 이용한 1차 측정을 통해, 비록 핵종 정보를 특정하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한 양의 방사능을 가진 시료들을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그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간이 측정기의 결과를 맹신한다거나, 덮어놓고 "아무 효과도 없다"는 식으로 불신해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방사능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증대된 현재 상황에서, 측정을 한 번 해봄으로써 방사능에 대한 혹시 모를 불안감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측정을 한 번 해보는 것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측정을 하되,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측정기가, 정확히 무엇을 측정하는 측정기인지, 그리고, 이 측정기가 가지는 한계점, 검교정은 정확하게 되어있는지, 불확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한 사항들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측정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관련하여, 최근 과총 주최 토론회에서 비슷한 질문에 대해 답변하였던 동영상을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