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뉴스] [새 정부에 바란다]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장 "전력 폭증 AI 시대 신재생만으론 한계 뚜렷, 원자력은 선택 아닌 필수"

2025-06-16l 조회수 58

12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서울대 나용수 원자핵공학과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소형 모듈 원자로(SMR)와 핵융합 등 원전 연구 지원을 중단한다면 우리의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제대로 지킬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 폭증할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자력 에너지는 필수입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이제는 원자력 시대”라고 선언하고 원전을 향후 25년간 4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원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4개에도 서명하고, 원전 건립에 속도를 내 신규 원전을 18개월 내로 허가하겠다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체코 등도 잇따라 우리 원전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전 세계가 원전 확보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원전은 결코 버려선 안 될 선택지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핵융합’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에 관한 연구를 함께 하자고 제의가 와서 새삼스레 왜 원자력에 투자하느냐고 물었다.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에너지원을 충당하려면 원자력 외엔 대안이 없더라’고 답하더라.”

“원전은 기본적으로 정해진 수명보다 보수적으로 설계됐기에 몇 십 년 더 운영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원전 일부가 (정해진 수명에 따라) 문을 닫게 된다면 필요한 전력을 구하는 게 정말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전 세계는 SMR과 핵융합이라는 차세대 기술을 두고 격렬하게 경쟁 중이다. SMR은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설비를 하나의 모듈에 담은 일체형·소형 원자력발전소를 뜻한다.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핵융합은 우라늄이 아닌 수소를 이용한다.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없거나 전무해 현재의 원전 기술에 비해 안전한 차세대 에너지원들이다. 미국·유럽 등 서방은 물론 중국 또한 SMR, 핵융합 기술 개발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기술 돌파에 성공한다면 ‘에너지 패권’의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원전 하나를 수출하는 것이 자동차 수십만 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경제적 효과가 크다. 우리가 현재 기술로 수출만 하고 내부적으론 ‘신재생’을 외치면서 원전 기술 투자는 줄인다면 첨단 원자력 기술을 두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경쟁에서 미래엔 원전 기술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원전의 위험성은 과대평가돼 있다. 위험으로 따지면 화력발전소가 훨씬 위험하고 폐기물 문제도 많다.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아 더 무섭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의 원전은 (체르노빌 사고가 난) 러시아나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일본 원전과는 달리 다중 방어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훨씬 안전하다.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원전 개발을 포기한다? 비행기 추락할까 봐 비행기 안 타고, 자동차 사고 날까 봐 자동차 안 타는 거다. 작년 9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만난 (원자핵공학과) 학생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업계가) 흔들리는데 안정적으로 학문 연구를 할 방법을 마련해 달라더라. 에너지 문제가 정치화된다면 결국 전기료 상승 등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대통령이 (에너지가 부족한) 한국의 실정에 맞게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 개발도 함께 하는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계획해 줬으면 좋겠다.”

나용수

1998년 서울대 공과대학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뮌헨공과대에서 플라스마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막스플랑크플라스마물리연구소,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등을 거쳐 2008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작년 6월부터 학과장을 맡고 있다.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내 국제 전문가 그룹 ITPA 통합운전시나리오 그룹에서도 한국인 최초로 의장을 맡았다.

출처: [새 정부에 바란다]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장 “전력 폭증 AI 시대 신재생만으론 한계 뚜렷, 원자력은 선택 아닌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