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글로벌포커스] 들쭉날쭉 태양광…장마가 남긴 경고
늦은 장마·게릴라 호우에
태양광 발전 비중 수직낙하
광주팹 제대로 돌리려면
한빛원전 재정비 시급하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올여름 장마는 관측 이래 손꼽히게 늦은 6월 30일에야 제주와 남부에서 시작해,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게릴라성 패턴 속에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뒤 물러갔다. 장마가 전력계통에 남긴 기록을 전력거래소의 발전원별 실시간 집계(자가소비분 추정 포함)로 되짚어 보면, 장마 기간 태양광 발전 비중은 직전 한 달 평균 11.2%에서 7.9%로 떨어졌다. 하루 단위 변동은 더 극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7월 8일 3.4%였던 비중이 사흘 뒤에는 12.2%로 뛰었다. 하루 태양광 발전량으로는 사흘 만에 세 배 넘게 출렁인 것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구조가 더 분명해진다. 태양광 설비가 30GW 규모로 늘면서, 장마 전 하루 태양광 발전량은 작년 154GWh에서 올해 180GWh로 17% 증가했다. 그러나 장마철 하루 발전량은 작년 136GWh, 올해 141GWh로 엇비슷했다. 설비 증가의 효과는 맑은 날에만 나타나고 흐린 날에는 사라졌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낮 시간대(11~14시)의 태양광 비중도 28%에서 20%로 낮아졌다. 여기에 폭염으로 총수요까지 늘어나니 발전 비중은 이중으로 눌렸다.
저장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을 수치로 검증해 보았다. 여름철 태양광이 평균 출력(6.7GW)을 일정하게 내도록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제어한다고 가정하면, 낮의 잉여를 밤으로 옮기는 데만 123GWh, 흐린 날이 이어지는 구간까지 감당하려면 670GWh의 저장 용량이 필요하다고 계산된다. 5㎿h 컨테이너형 ESS 13만여 대, 현 시세로 100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배터리 가격이 내렸다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배터리의 현실적 역할은 하루 안의 이동까지이며, 날씨가 만드는 며칠 단위의 공백은 급전 가능한 전원이 메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조량에 따라 출렁이는 전력 공급이 기온과 조업에 따른 수요 곡선과 서로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수소환원제철 전환까지 합치면 연간 총발전량에 맞먹는 전력이 새롭게 필요하다고 전망된다. 반도체 팹과 데이터센터는 1년 8760시간 한순간의 정전도 허용하지 않는, 가장 까다로운 전력 수요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며칠 사이 몇 배씩 오르내리는 전원 위에 국가 명운을 건 산업을 세울 수는 없다. 간헐성 전원 중심 계획의 현실성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며, 곧 수립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그 첫 시험대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라면 답은 더 구체적이다. 신규 원전 건설과 함께, 시급한 현안은 기존 설비인 한빛 원전 6기(5.9GW)의 계속운전 적기 이행과 사용후핵연료 용지 내 건식저장시설의 적기 건설이다. 특히 한빛 습식저장조는 2030년 포화가 예상돼, 건식저장시설이 제때 서지 못하면 계속운전 허가를 받고도 원전을 세워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전력구매계약(PPA)을 재생에너지에만 한정하는 등 기업이 원자력 전력을 직접 구매할 길이 막혀 있다. 에너지 법·제도 체계를 신재생 중심에서 무탄소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재생에너지를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각 전원의 역할 분담이다. 정부도 신규 원전 건설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수요는 한두 기의 상징적 반영으로 감당할 규모가 아니다. 남은 물음은 방향이 아니라 실행의 규모와 속도다. 원전에 대한 오래된 배척이 그 길목마다 되살아날 수 있다. 전원정책의 기준은 신념이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이어야 한다. 올여름 장마가 남긴 숫자들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태양광 발전 비중 수직낙하
광주팹 제대로 돌리려면
한빛원전 재정비 시급하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올여름 장마는 관측 이래 손꼽히게 늦은 6월 30일에야 제주와 남부에서 시작해,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게릴라성 패턴 속에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뒤 물러갔다. 장마가 전력계통에 남긴 기록을 전력거래소의 발전원별 실시간 집계(자가소비분 추정 포함)로 되짚어 보면, 장마 기간 태양광 발전 비중은 직전 한 달 평균 11.2%에서 7.9%로 떨어졌다. 하루 단위 변동은 더 극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7월 8일 3.4%였던 비중이 사흘 뒤에는 12.2%로 뛰었다. 하루 태양광 발전량으로는 사흘 만에 세 배 넘게 출렁인 것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구조가 더 분명해진다. 태양광 설비가 30GW 규모로 늘면서, 장마 전 하루 태양광 발전량은 작년 154GWh에서 올해 180GWh로 17% 증가했다. 그러나 장마철 하루 발전량은 작년 136GWh, 올해 141GWh로 엇비슷했다. 설비 증가의 효과는 맑은 날에만 나타나고 흐린 날에는 사라졌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낮 시간대(11~14시)의 태양광 비중도 28%에서 20%로 낮아졌다. 여기에 폭염으로 총수요까지 늘어나니 발전 비중은 이중으로 눌렸다.
저장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을 수치로 검증해 보았다. 여름철 태양광이 평균 출력(6.7GW)을 일정하게 내도록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제어한다고 가정하면, 낮의 잉여를 밤으로 옮기는 데만 123GWh, 흐린 날이 이어지는 구간까지 감당하려면 670GWh의 저장 용량이 필요하다고 계산된다. 5㎿h 컨테이너형 ESS 13만여 대, 현 시세로 100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배터리 가격이 내렸다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배터리의 현실적 역할은 하루 안의 이동까지이며, 날씨가 만드는 며칠 단위의 공백은 급전 가능한 전원이 메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조량에 따라 출렁이는 전력 공급이 기온과 조업에 따른 수요 곡선과 서로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수소환원제철 전환까지 합치면 연간 총발전량에 맞먹는 전력이 새롭게 필요하다고 전망된다. 반도체 팹과 데이터센터는 1년 8760시간 한순간의 정전도 허용하지 않는, 가장 까다로운 전력 수요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며칠 사이 몇 배씩 오르내리는 전원 위에 국가 명운을 건 산업을 세울 수는 없다. 간헐성 전원 중심 계획의 현실성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며, 곧 수립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그 첫 시험대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라면 답은 더 구체적이다. 신규 원전 건설과 함께, 시급한 현안은 기존 설비인 한빛 원전 6기(5.9GW)의 계속운전 적기 이행과 사용후핵연료 용지 내 건식저장시설의 적기 건설이다. 특히 한빛 습식저장조는 2030년 포화가 예상돼, 건식저장시설이 제때 서지 못하면 계속운전 허가를 받고도 원전을 세워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전력구매계약(PPA)을 재생에너지에만 한정하는 등 기업이 원자력 전력을 직접 구매할 길이 막혀 있다. 에너지 법·제도 체계를 신재생 중심에서 무탄소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재생에너지를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각 전원의 역할 분담이다. 정부도 신규 원전 건설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수요는 한두 기의 상징적 반영으로 감당할 규모가 아니다. 남은 물음은 방향이 아니라 실행의 규모와 속도다. 원전에 대한 오래된 배척이 그 길목마다 되살아날 수 있다. 전원정책의 기준은 신념이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이어야 한다. 올여름 장마가 남긴 숫자들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