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글로벌포커스] SMR은 과학으로 돌지 않는다
美빅테크 장기구매계약에
민간사업자 뛰어들 판 깔려
인허가 기준 속히 마련하고
특별법으로 사업화 지원을
민간사업자 뛰어들 판 깔려
인허가 기준 속히 마련하고
특별법으로 사업화 지원을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정부는 지난 6월 반도체 생산기지 확충, 피지컬 인공지능(AI) 육성,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세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를 반영해 지난달 나온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요 재전망은 2040년 최대 전력을 165GW로 내다봤다. 넉 달 전보다 26.8GW 늘었고, 대부분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몫이다. 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대형원전은 용지 확보부터 상업운전까지 상당 기간이 걸려 2040년까지 추가 물량에 한계가 있고,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오르내리는 재생에너지만으로 24시간 수요를 받치기도 어렵다.
이 빈자리에서 SMR 시장이 열린다. 새 수요는 전국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에 흩어져 있고, 철강과 석유화학 공장은 전기 못지않게 높은 온도의 열도 필요로 한다. 수요처 옆에서 전기와 열을 함께 공급하고 송전망 부담을 덜어주는 SMR은 이런 수요에 잘 맞는다. 24시간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공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SMR 시장은 대형원전과 성격이 다르다. 지난 60여 년간 우리나라 원전은 국가가 계획을 세우고 공기업이 건설·운영해왔다. 반면 SMR은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등 수요처가 다양해 사업의 규모와 형태가 제각각이고, 투자 주체도 사업마다 다를 수 있다. 이런 시장을 공공이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고, 민간이 사업자로 참여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민간 개발사가 SMR을 짓고, 전기를 쓸 기업이 미리 사겠다는 전력구매계약(PPA)을 맺는다. 메타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최대 8기, 2.8GW의 PPA를 맺었고, 구글과 아마존도 SMR 전력 확보에 나섰다. GS에너지,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들도 해외 SMR 개발사에 투자하며 국내 사업을 찾고 있다.
다가올 국내 민간 주도 SMR 시장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답은 시장을 여는 정책과 제도다. SMR에 대한 전기본 반영, 수요처와의 PPA 허용과 전력 시장 정산 체계 정비, 해외 노형 인허가 기준 마련이 그것이다. SMR은 짓는 데는 큰돈이 들고, 그 돈은 수십 년 동안 전기를 팔아 갚아야 한다. 구매자와 가격이 정해져야 투자가 이뤄진다. 원자력 PPA, SMR 정산 체계 등 장기 수입을 예측할 수 있는 제도가 우선 갖춰져야 하는 이유다. 올해 1월 맺은 메타의 PPA는 첫 전력 인도가 이르면 2032년으로, 6년 이상 앞선 계약이다. 미국은 SMR이 한 기도 돌기 전에 이런 계약이 가능한 제도부터 갖춘 셈이다. 제도 없이는 민간 투자가 없고, 민간 투자 없이는 민간 주도 SMR 시장도 없다.
오는 11일 시행되는 SMR 특별법은 연구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는 데 그쳐 SMR 사업화 단계의 제도는 담지 않았다. 민간이 원자력발전사업자가 되는 절차도 분명하지 않고, 해외 노형의 인허가 기준도 아직 준비 중이다. 지난 5월 통과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재생에너지에만 PPA를 허용했다. 내년 이 법이 시행되면 메가프로젝트 데이터센터들은 재생에너지와만 장기 계약을 맺게 돼 메타처럼 SMR 전력을 미리 확보할 수 없다.
전기본은 2년마다 수립되므로 12차에서 빠진 SMR은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정부가 12차 전기본에서 추가 원전을 검토하는 만큼 SMR 용량에 민간사업자의 자리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SMR 특별법은 발의된 개정안처럼 상용화 지원까지 넓히고 민간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담아야 하며, 데이터센터 특별법의 PPA는 무탄소 전원 전체에 허용해야 한다. 제도는 SMR보다 먼저 지어야 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